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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Culturenomics

[서울 컬처노믹스] 1.7세기의 사진, 일상 밖에서 말을 걸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알고 있었을까
한 줄기의 빛이 작은 구멍을 통해 암실에 도달하면 반대편에 축소된 실제의 상이 거꾸로 뒤집혀서 맺히는 "카메라 옵스큐." 바늘 구멍 사진이라고도 알려진 이러한 원리는, 사진기의 기본으로 이미 아리스토텔레스 시대 이전부터 알려진 것이다.


1839년, 루이 자크 앙데 다게르로부터 다게레오 타이프의 사진기가 발명된 이후, 사진은 현실을, 시간을 정지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을 바람을 반영하여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있는자들의 특권
언제나 "트렌드"란 경제력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것이므로, 다게레오타이프 사진기가 발명된 이후 수 십년은, 사진이란 신분의 상징이 되었다. 당시의 유산계급은 자신의 모습을 사진을 통해 남김으로써 스스로의 신분과 경제력을 과시했고 한편으로는 사진 그 자체를 하나의 선물로 주고 받기도 했다고 한다.


19세기, 사실을 담는 수단
19세기 중반부터 이후 한 세기는 세계의 질서가 재편되는 시기였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러한 역사의 흐름에 따라 사진은 사실 그 자체를 기록하는 가장 객관적인 수단으로서 사용되었다. 특히 두 번의 세계 대전, 미국의 대공황 당시의 사진은 사실을 그대로 묘사하는 "스트레이트 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사진"이 주를 이뤘다. 물론 "객관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객관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람의 기관을 통해 입력되고 출력되는 기존의 기록과 달리, 사진은 기계가 이를 대체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주관을 배제할 수 있다. 승자의 영광과 희열, 혹은 피해자의 참혹함과 비참한 현장은 사진으로 기록되어, 승자에 의해 쓰여진 텍스트 기록의 허점과 모순을 지금도 비판하는 데 일조한다.

사진은 곧 예술
한편 사진은 예술가들에게 또 다른 표현 수단이 되었다. 예술가들은 단순히 대상을 촬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인화 과정에서 다양한 화학 약품을 첨가하기도 하고 렌즈를 바꾸기도 하여 자신이 원하는 "회화적인 사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혹은 인화된 사진을 회화에 접목시키거나 다른 사진에 잘라 붙이는 등의 "몽타주"를 사용하기도 했다. 즉, 사진은 개인의 사고와 미적 가치관이 반영되어 재창조된 가상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사진이란 기록이며, 소통이며, 표현이며, 일상이다.  예술이라는 어려운 말에서 가장 친근하게 접하는 예술이 사진일 것이다. 어떤 경우는, 혹은 많은 경우는, 사진은 언어보다 더 효과적인 소통 수단이 된다. 


■ 보자. 생각하자. 사진은 예술이다.
하지만 사진 매체가 너무나 대중적이게 된 것인지, 혹은 공급이 너무 많아서인지, 생각보다 우리는 양질의 예술 사진을 만나기가 어렵다. 물론 일반 시민들의 블로그 혹은 미니홈피에 있는 사진들도 충분히 예술적이고 멋지다. 그렇지만 블로그나 미니홈피의 사진으로 만족한다면, 사진 작가들은 외칠 것이다. 우리의 사진을 봐 주지 않겠냐고. 


오로지 사진만.. 갤러리 브레송
"갤러리 카페 브레송"은  흑백 사진의 대가이자 순간의 사진가라고 부를만한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을 생각나게 한다. 충무로에 위치한 이 작은 갤러리는, 오로지 사진만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크고 작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한다.

현재 전시하고 있는 작품은 10대 작가인 황유선의 개인전 "Serendipity"로, 흑백 필름으로 담아 낸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진은 과연 "현재"찍은 것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디지털 프로세스로 거칠게 탈색되고 변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낡아보이는 도시의 사진"으로 인해, 우리는 현재를 통해 과거로 흘러 간다.


      <갤러리 브레송 현재 전시 작품. 황유선 作>
      <출처 http://cafe.daum.net/gallerybresson/>

전시 정보

[Serendepity 황유선 개인전]
일시 2009.07.17~ 2009.07.30
장소 갤러리 브레송 (02-2269-2613)




지구를 인터뷰하다, 서울대림미술관
한편 "서울 대림미술관"은 현대의 '가장' 뜨거운 감자라고도 할 수 있는 지구 온난화라는 주제를 갖고, "지구를 인터뷰하다 - 사진으로 본 기후 변화"라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어쩌면 지구 온난화라는 문제는 바쁜 - 어쩌면 스스로의 문제에도 힘든- 개인에게 "이상(理想) 속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식의 전환이라는 것은 당장 하루 아침의 차원이 아니라, 한 세대 두 세대가 흘러 바뀌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NGO 뿐만 아니라, 사진 작가들까지 나섰다.

"지구를 인터뷰하다 (Earth Alert)"는 국내 작가는 물론, 해외 작가들이 일상에서 만난 지구 온난화의 원인과 우리가 모르고 지내는 현재의 비참한 장면들을 보여준다.

전시 정보

지구를 인터뷰하다 - 사진으로 본 기후 변화

이용 시간    화~금 10:00~ 18:00 (매주 월, 추석, 구정 당일 휴관)
관람료        일반 4000원   초, 중, 고 2000원


 

사진은 말하고 있다. 오늘 무엇을 했는지, 누굴 만났는지. 혹은 담고 싶은 추억이 뭔지. 그리고 사진은 말하고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누가 힘을 가진지. 사진은 비단 시간의 정지가 아니라, 가치의 함축이다. 어쩌면 우리는 일상 속의 사진에 익숙해져, 일상 밖에서 말을 거는 사진을 간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어떤 사진들은 우리의 일상 밖에서 계속 말을 걸고 있었다. 이제 우리에게 말을 거는 일상 밖의 사진들에게 귀를 기울여 보자. 사진은 자기만의 은밀한 얘기를 들려주기도, 혹은 세상에 대한 강한 외침을 들려주기도 할 것이다.

 

컬처노믹스 넷포터 2기 김경림
07010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