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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 hai, ba, Vietnam!

Mot, Hai, Ba, Vietnam!



벌써 1년도 더 된 여행기를 블로그에 남기는 이유는,

이 여행이 온실 속의 그냥 草에 불과했던 나에게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던 여행인지라.

앞으로도 앞으로도 두고두고 이 때의 낭만과 베트남인으로서의 삶을 기억하자며

나의 짧은 베트남 여행기를 시작한다.


 


나의 뇌는 약 20년 간 수면 상태였다. 한 번의 REM수면 없이 어떤 꿈도 꾸지 않고 그저 뉴런의 작용을 흘러 가는대로 놔두던 나는 ‘나’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속의 ‘나’는 계속 나를 속였다. 꿈속의 그녀는 계산을 기초에 둔 아주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었으며, 감성적인 언어를 사용했고, 세상을 네모난 눈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만의 에덴동산에 살고 있었다. 그녀에게 세상은 항상 다정했고, 의도한 대로 그녀의 에덴동산을 조작할 수 있었고 그렇다고 믿어왔으며, 그 어떤 어려움이나 좌절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내가 만들어 낸, 그리고 20년밖에 살지 않은 내가 갖는 인식의 한계였다. 그리고 나는 내가 그녀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지난 2008년 여름에 다녀온 베트남 교육봉사활동에서 알게 되었다. 베트남 봉사 이후, 나는 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얻었고 좀 더 넓은 세상을 향한 다짐을 했다.

살면서 고생이라는 것을 해보지 않은 나는, 한 학기 내내 이번 베트남 여행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학기 내내 ‘좀 더 철이 들고, 진정한 의미의 어른이 되어서 오겠어.’라는 다짐을 계속했고, 이러한 이유로 3주밖에 되지 않는 여행이지만, 남들보다 더 철저히 준비하게되었다.


수 차례의 예방 접종과, 현지 여행사 Sin Cafe와의 되지도 않는 영어로의 컨텍트, 지리도 모르면서 따지는 동선, 쇼핑 베트남어 ..

그리고 출발하는 하노이행 VN937


경비> 비행기예약(약 2달 전, 50만원 정도)




난생 처음 타보는 베트남 에어라인.
밥은 캬아. 나쁘지 않다. 일단 아스파라거스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게다가 초코푸딩도 8D



비행시간은 4시간이지만 시차가 2시간 나기 때문에, 10시에 출발했지만 도착은 현지 시각으로 12시~1시 사이에 했다.

같은 황인종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동남아시아인들이 그렇듯- 베트남인은 한국인보다 조금 더 까맣다. 그런데 단지 그 이유 하나 만으로 우리는 동남아시아에서 귀족대접을 받는다. 길거리만 지나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쳐다보고 심한 경우는 택시 기사가 내려서 "you are so beautiful"이라며 칭송하기까지에 이른다. 뭐 이것도 일종의 서구적인 미의 기준이리라.



내가 머물렀던 숙소는 구시가지와 꽤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이름은> 스포츠 호텔
3성급으로, 혼자가도 퀸사이즈베드고 음 뜨거운 물도 잘나오고 청소도 잘해주고 한국 방송도 나오고..
좋습니다유

주소 55 Nguyen Truong To Road, Ba Dinh District
전화번호 84-4-716-3889

조식은 무료로 제공되며, 가격은 1박 50$정도
날씨가 미친듯이 무덥지만 않으면 구시가지(36거리)까지도 걸어갈만 하다.

이후 다른 호텔에도 묵어봤지만 정도면 가격&접근성&편의성 모두 적당하다고 생각





참 특이했다. 하노이에는 길거리에 이발소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도착한 날은 분명 평일 오후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이발중이더라.

베트남을 돌아다니다 보면 청년이든 장년이든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있는 카페-라고 하기 많이 미흡한-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거나, 베트남 커피를 홀짝거린다. 많이 궁금했다. "이 ~싸람들은 일도 안하나."

몇 년 전까지, 베트남의 평균 소득은 500달러에도 채 미치지 못했으며, 부채는 140억 달러에 달했다. 게다가 주 수입원천, 그니까 GDP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서비스업이다. 반면 약 68%의 인구가 농업에 종사하며, 가장 큰 수출품은 쌀과 커피이고, 천연고무 정도이다. 편하게 말하자면, "고깟거 팔아서 얼마되겠냐"는 거다.

뭐 여튼 그런 산업구조다. 3차>1차>2차의 산업구조를 가진 나라가 베트남이다 - 하지만 종사자 수로 따지면 또 뒤집힌다. 그나마 서비스업에 투자하려고 하는 외국계 기업도 현실에 절망한다. 경제활동인구층이 두터운 베트남에서 쉽게 인력을 구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정작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극소수뿐이다. 교육수준도 그다지 높지 않고, 프랑스의 오랜 식민 통치 경험때문에 전체주의 혹은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와 평등주의가 전반에 깔려있다. 때문에, 그나마 구한 인재도 그다지 회사에 애착을 두지않고 자신을 먼저 챙겨, 사주는 곤란을 겪기 일쑤이다.


여자 혼자 너무 걸었더니
1.시선도 부담스럽고
2.솔직히 너무 덥다
그래서 들어간 곳이 바로 이 노천카페

카페 참 좋다. 안에서 밖을 보면 이국적인 나무들이 늘어져있고 오토바이는 한국에서의 5배는 넘게 보인다. 시원한 잔과 함께 나오는 하이네켄. 혼자만의 공상이 새겨지는 베트남산 공책. 44사이즈 암컷정어리-나-의 로망은 여행의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그 곳에 기록되었다.



자 맥주는 절대 내가 따른게 아니다. 나의 귀여웠던 베트남 청년 Nguyen(베트남의 김씨 정도로 생각하면 될듯)은 지나치게 친절한 나머지, 부드러움을 즐기라는 의도인지 여튼 저렇게 따라놓고 계속 말을 걸었다.

어디서 왔니 라던가 역시 한국이였구나 라던가. 영어가 참 빠르네. 라던가 언제까지 있을거니 라던가.

그 중 가장 재밌었던 질문은 "내일도 와 줄꺼니?"


짜식. 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엄마가 "넌 사람도 좋다. 어떻게 믿니 걜" 라고 하는 바람에 귀염둥이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다.
미안해ㅋㅋㅋ



그리고 나의 저녁식사.
하하

난 혼자 있었지만 정말 정말 정말 잘 먹고 다닌다. 여행에서의 "Localization"즉 현지화를 추구하는 나는,
맛집? 그런거 모른다. 베트남 사람이 가는 곳을 가야한다. 맛집이라는 평가와 기준도 결국 우리의 시각과 입맛에 맞춰진 것 아니겠는가.


호텔 옆에 있는 작은 가정식집이다. 왼쪽의 파란 풀은 "공심채"인데, 먼저 한번 데친 후 참기름이나 기름을 낙낙하게 붙고 소금간을 짭짜롬하게 해서 볶아 먹는다. 베트남 어로는 Rau Muong Xao Toi(라우 무엉 싸오 또이). 굉장히 서민적인 음식이며, 이후 캠프에 들어가서 식사당번을 맡은 날도, 현지 봉사자는 꼭 저 풀을 샀었다.

그리고 베트남은 해산물이 정말 싱싱하고 맛있다. 우리나라에서 약 6000원 정도 하는 식사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메뉴는 새우볶음밥이다. 새우의 상태는? 십중팔구 냉동새우이다.
베트남은 어업이 발달한 나라이다. 때문에 베트남에서 먹는 해산물 요리는 정말 운이 나쁘지 않은 이상 성공이다. 우리나라도 그렇긴 하지만, 스프링 롤도 생선소스에 찍어 먹고, 가장 대중적인 외식은 가물치 요리이다. 게다가 팁 하나더 말하자면, 베트남에서의 "게(crab)"가격은 정말 최고이다. 여러 가이드 북에 이미 소개된 "아우 락 하우스"에 가면 9만5천 VND (1$=17500VND)에 게요리를 먹어볼 수 있으니 가보도록. 


이렇게 나의 첫 날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