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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volous, Fabolous

청소의 심리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나는 일단 널브러뜨리는 편이다. 아주 널브러뜨리는 건 아니지만 또 모든 걸 제자리에 둔다고 보기도 어렵다.

청소를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생각이 정리되는 방식도 달라진다.

일단 널브러진 걸 다 한곳에 모아놓고 먼지부터 치우느냐, 아니면 먼저 제자리에 두고 먼지를 닦아 내느냐.

전자는 사방팔방으로 흩어진 생각과 기억이 벽돌처럼 쌓여가는 느낌이고,

후자는 마음의 앙금과 피상적인 불안이 씻겨 내리는 기분이다.

어디까지나 기분이다.

오늘은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했다. 옷 방에선 먼저 다림질, 그리고 먼지를 털어냈다. 침실에선 널브러진 물건들부터 치우기 시작했다. 사실 흩어져 있는 물건부터 치워야 청소하긴 편하지만 말이다. 

옷에 담긴 하루하루의 기억과 실수, 추억에서 먼지를 떨어냈다. 스팀다리미로 온갖 냄새를 빼고 살균을 하는 가운데 그날의 과오도 같이 날려버렸다. 

옷을 정리하면서 떨어뜨려 낸 먼지를 멸균 티슈로 다시 닦았다. 닦다 보니 그냥 바닥 무늬인 줄 알았던 찌든 때가 눈에 띈다. 벅벅 지웠다.

실수와 회개. 인간의 원죄(original sin)란 신께서 일단 용서해줬지만 실수라는 쉬운 이름을 가진 자범죄(actual sin)란 끊임없이 일어난다. 털어도, 쓸어도, 닦아도 계속 쌓이는 먼지처럼. 그 실수를 끊임없이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란 동족인가보다. 글자 수가 맘에 들지 않아 2문장 더 추가해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