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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한 나이도 저무는 10월 17일, 위험한 시간의 일기 오전 12시가 지났다. 이성이 잠자고 감성이 일어나는 시간이므로 감성님의 명령에 따라 내 손가락은 키보드를 두드기 시작한다. 나는 어느덧 20대 중반의 중반도 찍고 이제 곧 중반의 후반으로 넘어간다. 그 2년 사이, 나는 운명같은 당신을 만났다. 목적 없이 그냥 열심히 굴러다니던 돌멩이였는데 한국에 오기 며칠 전 기적처럼 방향을 정했다. 그래서 '더 이상 미국을 고집하지 않을래'라고 스스로의 패배를 위로했다. 그 패배는 백보전진을 위한 십보후퇴라고 믿으며. 한국에 돌아오며 나의 유일한 은사님, 혹은 삶의 멘토, 뭐라고 표현하면 딱 맞아떨어질지 모르겠지만 내가 사회에서 만난 가장 존경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제게 준 기회와 이 곳은 나에게는 첫사랑과 같습니다. 영원히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 더보기
한국판 사토리족 한국판 사토리족 부제- 나를 위한 변호문 ‘경쟁’은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키워드다. 부모는 아이가 한글을 배우기도 전에 영어를 가르치고 요즘에는 중국어 학원까지도 보낸다. 초중고 10년을 ‘대입’만을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며 보내고, 대학에 와서는 전문직을 갖거나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경쟁한다. 학점은 물론이거니와 ‘외모’도 경쟁의 일부다. “예쁜 여자”라는 제목의 책은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미(美)를 위한 살벌하고 추한 경쟁을 역설적으로 그려낸다. 이런 고무줄 팽팽한 경쟁의 결과는 고무줄이 늘어나거나 혹은 끊어지게 한다. 한국의 고성장세가 둔화된 이후로는 먹고 살기 위한 경쟁이 이 나라의 청춘을 소진했다.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을 경험한 세대는 ‘힐링(healing)’을 찾는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 더보기
잡담 #타자를 두드리다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의 길이를 알 수 있다. 나는 15줄 짜리 인간이다-_- # 한 번은 안과에 갔는데 자꾸 눈알을 뒤집어까라고 했다. 흰자위가 다 드러날 정도로 열심히 까고 있었다. 잠깐 의사선생님이 다른 용무를 볼 때 간호사가 웃으며 "공부 되게 열심히 하실거 같아요." 라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눈알을 '이렇게나 열심히' 뒤집는 환자는 별로 없다고 한다. 보통은 눈이 시려 감거나 대충 위로 치켜뜨고 만다고. 그런데 나는 홍채가 180도 뒤집어지랴 열심히 굴리고 있던 것이다. 어떤 것이든 열심히 해서 죽었다는 사람 본 적 없다. (과로사는 별개의 이야기) 조건을 달자면 '자발적으로' 정도가 되겠다. 다시. 자발적으로 열심히 해서 죽었단 사람 본 적 없다. 어떤 일을 하든 죽기 딱 일.. 더보기